돌탑을 만드는 과정에 높이를 더하려고 밑에 돌을 빼서 위에 쌓는다고 높이가 올라갈까. 현실성 없이 하나마나인 것을 비유하는 속담이다.
오래 전 모 단체에서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음악소리에 맞춰 율동을 하다가 사회자의 숫자호명에 따라 짝을 맞추는 게임이 있었다.
A4용지에 한쪽 발이라도 올라서는 조건인데 둘이나 셋은 쉬운데 그 이상을 넘어가면 갈수록 곤란해진다. 살아남기 위해 업고 목마를 타는가하면 참가자위에 올라타야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문득 요즘 대한민국 사회를 보며 온 국민이 이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건 필자만의 예감일까. 하루가 다르게 물가는 오르고 최저임금인상을 두고 근로자와 경영자의 견해차이가 점차 늘어만 간다.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발생되는 계층 간의 위화감은 더욱 심각한 대립양상을 불러오니 누가 감히 아니라 할 수 있을까.
공직사회와 대기업 등 일단 안정범위에 들어선 계층이나 체감할 수 없지만 제도권밖에 있는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등 서민들의 삶은 피폐함을 넘어 처참하다 할 만큼 심각한 게 최근 정황이다.
지난 2일 야외 온도는 33도를 웃도는 폭염에 그냥 서 있기도 힘든 날씨였으나 월급 빼고 다 올랐다며 비정규직 철폐, 물가안정대책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약 6만 명의 참가자들은 서울 광장과 숭례문 일대에서 7.2 전국 노동자 대회를 갖고 세종대로에서 대통령 집무실인 용산 삼각지역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당연히 일대 도로는 마비됐고 돈을 더 달라는 근로자와 더 주느니 폐업하겠다며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이 맞불을 놓는 작금의 사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모양새다.
국민의 힘 소상공인위원장 최승재 의원은 시간 당 9,620원으로 오른 최저임금이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 인상은 11,544원이라며 지난 6년간 48,68%나 오른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4대 보험을 포함하면 2,397,730원이 업주부담이다. 반면 노동단체는 자신들의 처지를 노예로 표현하며 이대로는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최저임금 결정 3일 만에 열린 대규모 집회는 향후 노동단체와 경영주간의 대립이 상당할 것이라는 예고편이었다.
현실적인 상황을 짚자면 요식업계에서는 월 급여 300만 원 이상을 전제로 구인광고를 내도 문의조차 없는 것이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사람은 구하기 힘들어도 일자리는 없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인해 외국인근로자들도 구하기 어렵고 자영업자들의 황색경고등은 적색으로 바뀐 지 오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제정세 불안으로 원자재와 유가는 폭등하고 주유소는 줄 폐업에 하나 둘 씩 한국경제전체의 기초단위가 흔들리고 있다.
월급 인상해 봐야 물가가 인상되면 오르나 마나인 것이고 모든 사회 구조가 연결성을 갖고 있는 현대 사회에 하나 오르면 연속적 인상인 도미노 현상은 피하지 못할 일이다.
인건비 상승에 따른 취업률하락은 당연한 것임에도 정부는 현장일 한번 안 해 본 자들이 정책을 기획하고 정치권의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위해 A4용지 안에 들어설 참가자들 숫자를 늘여가는 형국이다.
종래에는 서로 밀치다 물고 뜯고 싸우는 종착역이 불 보듯 자명함에도 서서히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다. 주휴수당 안주면 벌금 물리고 근로시간도 한정하는 사회는 사회주의나 다름없는 구조로 가는 것이다.
누가 인건비 올라가는데 사람을 쓸 수 있을까. 문제의 출발은 정치인이다. 근로와 보수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다.
어업정책을 세우는데 고기잡아본 어부보다 낚시한번 안 해본 자가 정책의 최고 책임자에 오른다면, 배고파 보지 않은 사람이 식량대책을 세우고 손에 흙 한번 묻혀본 적 없는 사람이 농업 정책을 세운다.
원인을 찾자면 가장 먼저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온갖 복지는 물론 수당까지 공약으로 내세우니 게을러지는 것이고 여기에 동조한 유권자들이 나태해지며 가만 앉아서 손을 벌리고 있으니 일하지 않고 놀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적게 일하고 많은 돈을 받으려 하니 인건비가 올라야 하는 것이며 인건비를 많이 주면 남는 게 없으니 가격을 올려야 한다.
당연히 물가가 오르면 인건비 올라봤자 밑에 돌 빼서 위에 얹는 격이니 결국 인플레만 상승됐지 받은 돈과 쓰이는 돈의 동반상승은 수입향상이 아닌 것이다.
물가만 올라가고 너도나도 손해 안 보려 아우성치다 보면 베네수엘라 꼴 나지 말란 법이 있을까. 아직도 늦지 않았다. 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이며 만고불변의 진리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다.
특히 1차 산업은 기반이 무너질 경우 다시 재생 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 기술이 수 십 배의 대가를 치러야 하며 그런다고 다시 살아난다는 장담도 못한다.
국내 멸치잡이 선단의 절반이 기름 값도 못 건진다며 조업을 포기하고 농촌에서는 오랜 가뭄에다 일손부족으로 너도나도 도시로 향하니 인구소멸지역은 갈수록 늘어만 간다.
안 된다는 말만 거듭하다보니 어찌하면 될 수 있는지도 어필해야하는데 어렵겠지만 그 대안을 대시하자면 거둔 세금으로 어지간히만 현실에 맞게 편성해도 충분히 돌아갈 재원이다.
예컨대 표와 성실함을 바꾼 정치인과 국민은 공범이다. 이처럼 놀고먹으려는 심리는 기성세대가 후손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지 못한 후유증으로 남고 있다.
한탕주의나 대박을 꿈꾸는 비 노동성 수익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답습되는 어른의 본보기다 지난 2017년부터 최근 5년간 불법 도박으로 인해 상담한 청소년들만 1만2,950건이다.
도박중독으로 치료받은 청소년은 7,063명이고 코로나19기 시작되던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름하다 패가망신하면 손가락을 자르고도 손목으로 또 한다는 도박중독, 어른들의 게으름과 노름판에서 비롯된 어두운 그림자가 후손들에게도 전가되고 있는 자화상이다. 지금상태라면 망국의 지름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안산인터넷뉴스 대표 김균식